타이쭝(臺中) 똥쓰커자문화원구(東勢客家文化園區)
먼저 시작에 앞서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하카(hakka)와 커지아(객가, 客家)는 같은 의미이다. 이번 태중 여행에서 똥쓰커자문화원구(東勢客家文化園區)에 기대가 컸다. 하카(Hakka)문화에 대해 어떻게 소개를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기대감을 키운 것 같다.
하카족은 약 1000년 전 중국 푸지엔셩(福建省)과 광뚱셩(廣東省)에서 이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서 대표적인 건축으로는 투로우(토루, 土樓)라고 하는 집단 원형 마을이 유명하다.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불리는 하카족은 세계 각국으로 이주하였으며 각 지역 환경에 맞춰 살게 되었다. 하카족 출신으로 덩샤오핑(鄧小平),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유명한 국부 쑨원(孫文)부터 대만 전 대통령 리덩휘(李登輝), 대만 민진당 당대표이자 최초 여성 대통령 후보였던 차잉원(察英文) 등 정치적 리더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경제를 뒤흔드는 대표적인 민족으로 유명하다.
정문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대만커자문화를 구경할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커자문화를 자세히 다뤘다기보다 커자족이 대만에서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만 하카족이 실제 사용했던 화장대를 보며 당시 대만 하카여인들의 삶은 어땠을까를 상상해보았다.
대만 하카족의 침대이다. 마치 황후의 침대를 방불케하는 뭔가가 있다. 전시된 곳에는 전시를 위해 데코레이션 등을 하지 않았는데 커튼 등으로 데코레이션을 한다면 어땠을까? 이런 침대 정말 하나 쯤은 갖고 싶다. 여기서 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조금 현대화된 가방이 눈에 띄었다. 약간은 서구화되었으면서도 살짝 일본풍이 느껴졌던 이 가방. 이 가방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전시품 명칭과 설명이 너무 작은 글씨로 되어 있었고 설명이 인쇄된 종이가 코팅된 재질이라 조명등에 반사되어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무료 입장에 실제 대만 하카족이 살아온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아래 역시 화장대이다. 중간쯤에 거울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분이나 파운데이션을 발랐을 대만 하카족 여자들을 상상해본다. 조금은 화려한 화장대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조금은 의아했던 물건이다. 재봉틀! 이걸 보는 순간 문득 어릴 때 외가댁에 있던 재봉틀을 떠올렸다. 자세히 보니 일본에서 건너온 제품이다. 대만 하카족이 사용했던 물건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 역시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음을 비추어 볼 때 대만 하카족 역시 일본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대만에도 맷돌이 있다. 맷돌의 용도는 곡식을 사실 "콩"을 갈아먹는 "두부"를 만드는 문화권에서는 흔한 물건이다. 이 맷돌은 나에게 어릴 때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과거에 한국문화 관련된 교수님 한 분이 "곡식을 가는 맷돌의 원리는 한국 고유의 문화이자 발명품"이라길래 나는 "모든 문화는 한국 고유의 것이냐"고 물었다가 나이 어린게 윗사람한테 말대꾸한다고 혼났다.
여기서 봤던 맷돌 손잡이(멧손)가 위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옆에 달려있다. 하카족이 사용했던 멧돌은 한국의 멧돌처럼 멧손이 위에 달린 것과 아래 사진 처럼 멧손이 옆에 달린 것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것은 현무암 재질이 대부분이나 하카족은 화강암을 사용했다는 것이 차이랄까?
대만 하카족의 의상은 어떠했을까? 대만에서의 상징은 빨간색 바탕에 꽃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대개 상의는 흑색계열의 옷을 입고 두건을 두른 형태라고 한다. 중국 하카족 의상과는 차이가 있다. 이 또한 대만의 물리적 환경에 적응한 탓이 아닐까.
전시장 고목 역시 대만으로 이주한 하카인의 역사를 대변하는 느낌이다.
대만 하카인들이 이주하여 지낸 결혼 풍습은 어떠하였을까. 가마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카인들이 근대화 시대에 들어 사용한 풍금이라고 한다. 문득 내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전시장 내부에서 하카족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하카족의 이동수단이었을지도 모르는 자전거. 지금은 그저 고철로 전시장 한 켠에서 쉬고 있지만 과거에는 분명히 그들의 발이었을 것이다. 대만이 자전거를 잘 만드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하지 않았을까라는 근거없는 추측도 해봤다.
대만내에서 유명한 하카족들의 사진과 싸인이 전시되어 있다.
대만 각계각층에서 이름을 떨치는 하카족들...!
전시장을 나오면 기차역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하는데 주말에만 운영한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금요일이었다.
똥스에서 출발하여 다음역인 메이즈(梅子)역까지 4.8키로라는 오래되보이는 목판 이정표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이 쪽에서 표를 구매하여 기차에 탑승하여 역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을 한바퀴 돌며 과거 여기는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했다. 지금은 관광지이지만 과거에는 상당히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았을까?
이제는 동네 주민들의 추억이 되어버린 이 곳은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이 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전거를 타며 경치를 즐긴다고 한다. 이 곳 맞은 편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으며 저렴하고 오래된 맛집들이 도보 10분권 내에 곳곳에 숨어있다.